[이등병 엄마의 편지]깃털처럼

조회 수 1164 추천 수 0 2009.09.19 14:5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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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에도 얼음이 박혀 있습니다.
햇볕이 잘 들지 않는 오솔길마다
한참 전에 내린 눈이 녹지 않고 얼음 구슬이 되어
흙더미 속에 살짝 파묻혀 있습니다.
그냥 흙인 줄 알고 밟았다가는 
조르르 미끄러지기 일쑤입니다.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땅만 내려다보며 걷다 보니 
파란 하늘 대신 울퉁불퉁한 돌멩이들만 보게 됩니다.
그 돌멩이들 사이에 새의 깃털이 숨어 있는 것도
새롭게 보았습니다.

겨울새들이 털갈이라도 한 걸까요.
고운 빛깔의 깃털을 보면서 생각해 봅니다.
깃털을 버리고 새들은 더 가볍고 자유로워졌을 겁니다.
정이 든 묵은 깃털을 아낌없이 버리고
새 깃털의 보드라움을 얻는 동안
버리고 채우는 시간 속에서 
아픔도 겪을 만큼 겪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길이 미끄럽지 않았으면 
하늘이랑 구름이랑 나무들을 쳐다보느라
깃털이 속삭이는 아픔을 그만 지나칠 뻔했습니다.
세상일이 그렇다니까요.
마음에 있어야 비로소 눈에도 들어옵니다.

미끄러운 길을 벗어나
햇살 쨍한 길에서 비로소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새들의 날갯짓이 
오늘따라 싱그럽고 활기차 보입니다.
아픈 만큼 성숙해졌을 테니까요.

빈 나뭇가지 사이로 
얼음사탕처럼 새파란 겨울하늘이 가득한데
나뭇가지들이 시린 바람에 어깨를 뒤척이면서 
소곤대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해요.
잎들을 버리고 나니 깃털처럼 가벼워지고
빈 가지 사이로 하늘을 더 많이 안을 수 있게 되었다고
…앙상한 겨울나무들이 빙긋 웃고 있습니다.

-희망한국의새내기 이병엄마 노은-


출처 : 인터넷 좋은생각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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