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피부용품… 이젠 미용도 과학이다
DNA 재생·성장 호르몬 농축 · 노벨 의학상 기술까지 활용
환경단체에선 “안전성 입증 안돼”

화장품, 이젠 과학이다.

샤넬과 디올, 시슬리, 랑콤 등 유명 화장품 메이커부터 저가 브랜드까지 각자 연구소를 두고 있고, 세계적인 피부과 의사·박사 들과 제휴해 첨단 화장품을 내놓고 있다. 특히 ‘노화억제(Anti-aging)’, ‘주름 개선’ 등 기능성 분야에선 노벨 의학상 연구 기술이 응용될 정도로 ‘실험실 기술’이 업계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이지함 화장품의 김영선 대표는 “최근 1~2년 사이 ‘IPL 한 듯한 화장품’ ‘보톡스 효과 화장품’ 등 피부과 시술에서나 볼 수 있었던 기능에 초점을 맞춰 효과를 극대화하는 화장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소비자들 역시 중성·지성·복합성 등 단순 분류를 뛰어넘어 미백·주름 예방·모공 축소·탄력 강화 등에 도움되는 세세한 기능 트렌드를 읽을 정도로 똑똑해졌다”고 말했다.


◆ 줄기세포, 인간성장호르몬(hGH) 성분까지….

최근 노화 방지 분야에서 화장품 업계를 달구고 있는 이슈는 단연 ‘줄기 세포’와 ‘호르몬’이다. ‘크리스티앙 디올’은 줄기세포를 이용한 주름 방지 제품을 내년 초 내 놓을 예정이다. 디올의 남경희 홍보 담당은 “디올 연구소와 미국 스탠퍼드 대학 의학 연구팀의 합작 결과 최근 주름의 원인이 피부 성체 줄기세포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질세라 국내 브랜드 ‘LG’는 최근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인간성장호르몬(hGH)을 농축시킨 고가(高價)의 화장품을 발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소망화장품’도 원광대 생명공학연구소, 경희대 한의대 벤처인 퓨리메드 연구소와 손잡고 세포 DNA 재생 특허기술을 바탕으로 DNA 화장품을 최근 출시했다.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강학희 소장은 “3차원 세포 배양, 인공피부 실험 등 과학적인 효능확인과 피부 안전성 확보에 관한 연구가 21세기 피부 과학에서 중요한 분야로 자리잡고 있다”며 “생체고분자물질 등 고기능성 화장품 원료 개발도 급속히 발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노벨 의학상 기술도 접목! 보석도 화장품이 된다.

최근 국내에 수입돼 고가 화장품 바람의 주역이 된 ‘르 비브(R?Vive)’는 노벨 의학상 수상 성분인 EFG(Epidermal Growth Factor·상피재생인자)를 이용해 만든 화장품이다. 100만원대 화장품으로 한때 ‘파란’을 일으켰던 ‘스위스 퍼펙션(Swiss Perfection)’ 역시 노벨상을 수상한 생명공학팀의 연구로 만들어졌다. 피터 엘리아스(Ellias) 미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교수는 최근 랑콤과 손잡고 60대 이상 여성들이 피부 속 칼슘 결핍으로 겪게 되는 피부 다공증(多孔症·Porosis)에 주목해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천연 광물’인 최고급 보석이 화장품이 되기도 한다. 보석 업체로 유명한 ‘불가리’측은 내년 화장품 출시를 앞두고 “피부톤 결점을 보완해주는 말라카이트와 피부 전달 효과가 큰 토르말린 등의 성분이 영양 성분의 피부 흡수를 도와줄 것”이라고 밝혔다. 진주 단백질인 펄 콘키올린을 추출해 만든 ‘미키모토’ 제품도 최근 국내 유통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천연 화장품이나 친환경 유기농 제품도 결국 ‘일종의 과학’이라는 의견도 있다. ‘시슬리’나 ‘라 메르’처럼 식물성으로 알려진 화장품 역시 고도의 ‘기술’로 식물 성분을 추출해 낸다. 강남 우태하 피부과 임성빈 원장은 “당귀나 재스민 등 천연 성분을 추출할 때 한 가지 성분을 끄집어 낸다고는 하지만 그 자체에서도 수십 수백 가지의 성분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과학이 토대가 돼야 한다”며 “정확한 지식이나 성분 조절 없이 천연 화장품에 의존했다가 과다 사용으로 덧나 피부과 치료를 받는 환자 수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 타임스도 최근 “천연 혹은 유기농 화장품이 일반 화장품보다 더 뛰어난 효능이나 안전성을 가졌다는 것은 아직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가 없다”며 “오히려 미생물 오염과 번식이 더 잘 일어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 요즘 화장품은 거의‘의약품’못지 않게 기능성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나노 분자로 피부 세포 속까지 성분을 투여시키거나(①), 실험실에서 수 년간 연구해 노화방지 단백질(②·분자모형)을 개발하기도 한다. 사진은 왼쪽부터 아모레 퍼시픽, 디올, 랑콤 제공.

◆ ‘과학’이라고 다 안전해? 환경 단체의 반발

그러나 환경 단체의 반발 강도는 점점 세지고 있다. 과학적인 기술 수준은 높아졌을지 몰라도, 그 과학 기술이 얼마나 피부 친화적인지, 피부 안전에 도움되는지를 완벽하게 증명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비영리 환경 단체인 환경실무그룹(EWG·Environment Working Group)은 홈페이지를 통해 “미 FDA는 화장품회사가 신제품 판매 전에 제품의 안전성을 평가하도록 요구할 수 없는 게 방침”이라며 “FDA가 밝혀낸 화장품 속 1만500여개 성분 중 10% 정도만이 안전성을 입증 받았다”고 밝혔다. EWG가 각종 연구소에 의뢰해 운영하는 화장품 브랜드, 성분별 위험도 안내 사이트(www.cosmeticsdatabase.com )의 ‘찾기(search)’란에 브랜드나 성분이름을 집어 넣으면 위해(危害) 정도가 0~10으로 표시 된다. 예를 들어 ‘니베아(Nivea)’를 써 넣으면 111개 제품이 나오는데, 그 중 ‘니베아 크림’을 찾아보면 위험성 5라고 적혀 있다. 위험도는 낮을수록 좋다.

조선일보
최보윤 기자 spic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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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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