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징검다리가 되어주세요”
서형숙_엄마학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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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보고 있자면 아이의 성적과 미래에 연연하며 전전긍긍하는 요즘 엄마들의 모습이 머쓱해질 정도다. 사교육 열풍의 세태에 맞서는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도 초연해 보이지만, 그녀만의 믿음과 의지가 확고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공교육을 믿어요. 요즘 선행학습이다 조기유학이다 해서 일찌감치 서두르지만 저는 학교에서 가르쳐줄 때 배우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밤늦도록 학원이다 과외다 해서 잠시도 쉬지 못하는 아이들은 학교에 가서 제대로 수업 받을 수 없죠. 그러다 보면 계속 악순환이 되는 거예요.”
그녀의 교육은 이처럼 단순하다. 학교를 믿고 학교에만 충실하면 되는 것이다. “교과서만 보고 공부했어요”라는 식의 전형적인 대답이라고 들릴지언정 가만히 들어보면 일리가 있다.
“우리 아이들은 처음 듣는 것이니 공부가 재미있었죠. 미리 배워서 알고 있는 애들 사이에서 처음 배우는 것이니 얼마나 재미있었겠어요. 그러니 선생님만 보고 선생님과의 사이도 돈독해지죠. 다들 학원에 갈 시간에 하고 싶은 것 하며 잘 놀았으니 학교에서는 졸거나 딴 짓 하지 않고 학교생활에 충실할 수밖에 없었죠.”
두 자녀의 다른 성향에 대해서도 조급해하거나 걱정하지 않았다. 다만 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기다려줄 뿐이었다. 어릴 때부터 워낙 책을 좋아해서 공부를 곧잘 했던 첫째 딸과는 달리 둘째는 항상 엄마 치마폭에 싸여 있거나 노는 것만 좋아했다. 덕분에 반에서 꼴찌로 시작했지만 재촉하지 않았고, 점점 스스로 알아가는 법을 터득하게 됐다. 4학년이 되면서부터는 성적이 오르기 시작했다.
“욕심이 크지 않았어요.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면서 재미있고 행복하게 살면 그걸로 만족하는 것이죠.”
사교육 1번지라 불리는 강남권에서 살던 그녀였기에 아이들이 커가면서 자신만의 의지가 흔들릴 때도 있었다. 학생부부로 시작했지만 아이들을 키울 때는 교육을 시킬 여유도 생겼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크고 그네들이 아이를 기를 때도 악순환이 되물림되는 것을 생각하면 견딜 수가 없었다. 큰 성공을 할 수 없더라도 공교육에 맡기고 올바르게 가르치면 된다고 생각했다.
“지금 아이를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엄마들 많잖아요. 하지만 그건 능력이 되고 시간이 있는 일부의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방식이에요. 그 외의 사람은 고달프게 만드는 거죠. 그저 칭찬해주고 웃고 즐기고 따뜻하게 품어주면서 학교에만 보내주는 것으로도 충분합니다. 이건 모두가 할 수 있는 일이고요. 제가 그 길을 놔보자 하는 욕심이 있어서 엄마학교 활동도 하고 있어요.”
이런 사고방식과 환경조성은 아이들의 마음에 여유를 가져다주고 자연스레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줬다.
‘지금 이 순간 행복한가?’ 늘 자문하라
그녀는 자연주의적인 교육방식을 강조하지만 사교육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두 아이도 짧게나마 사교육의 달콤함을 맛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때도 아이들은 바로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할 때까지 해보다가 필요한 부분에 한해 도움을 받았고, 효과는 배로 나타났다. 혼자 부딪치고 고민했던 과정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부족하다 싶은 생각이 든다고 해서 얼른 과외선생님을 붙이고 또 얼른 효과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식으로 서두르는 것을 가장 경계한다.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보다가 진짜 안 되는 것이 있을 때 도움을 받는 게 가장 적당하다는 것. 아이가 정말 원하고 그것으로 행복하다면 옳은 방식이다. 하지만 서로 얼굴 찌푸려가며 학원 보내고 과외를 하는 것이 과연 행복할까 반문한다. 성적은 오를지언정 부모와 자녀가 원수가 되는 그 상황이 말이다.
“오늘 행복하게 살고 있다면 어떤 것을 이뤄내지 못해도 실패가 아니에요. 하지만 특목고니 명문대니 하면서 거기에만 올인하다가 실패한다면 젊은 날의 그 시간들도 끝이 나죠. 너무 눈앞의 것만 좇지 말고 아이들이 원하는 것에 귀를 기울여 주세요. 그렇게 살고 싶기에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지, 공부 자체가 목적이 아니거든요.”
‘지금 인생을 마감해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오늘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들이 보기에 부러워할 것처럼 사는 게 아니라 스스로가 만족스럽게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서형숙 씨의 자녀교육 노하우
1 하나를 선택하면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 하나를 잡으면 다른 하나는 포기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면 마음가짐이 편하다.
2 Let it be. 아이를 있는 그대로 놔둬라. 그리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시간을 줘라. 그런 경험이 아이의 판단력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3 아이에 대한 믿음을 가져라. 할 수 있다고 용기를 주면 더 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4 마음껏 놀게 놔둬라. 그 시기에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5 칭찬으로 자신감을 갖게 하라. 주눅이 들지 않아 더욱 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준다.
6 대답할 기회를 줘라. 말대꾸를 하지 않는다.
여성조선
취재_박주선 기자, 권선정(프리랜서)
사진_김석호, 김맑음, 조선일보 DB
촬영협조_윤선생영어교실, LMP 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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